‘얼굴없는 천사’ 새빛을 밝히다

올해도 어김없이 A4 종이박스에 6027만9210원 놓고 사라져
18년 동안…5억5813만8710원 기부 선행, 천사마을길 등 추진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든 한 해 보내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내년에는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28일 전주시에 따르면 한 남성이 이날 오전 11시26분 완산구 노송동에 전화를 걸어 "주민센터 옆에 A4 종이박스를 놓았으니 확인하라"고 말하고 끊었다.

전화를 건 남성의 말대로 주민센터 옆 천사공원 나무 아래에 종이박스가 놓여 있었다.

종이박스 안에서는 5만원 지폐 뭉치와 동전이 가득 들어 있는 돼지저금통이 나왔다. 소년소녀가장에게 '힘든 한 해 동안 고생했다. 내년에는 더 좋아질 것'이라는 덕담이 적힌 종이도 함께 나왔다.

이 남성은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8만4000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매년 선행을 베풀어왔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단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아 사람들은 그를 '얼굴 없는 천사'라고 부르고 있다.

○2000년부터 ‘얼굴없는 천사’ 찾아와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은 80년대 이전에 지어진 건물이 70%가까이에 달하고 거주하는 연령층의 25%이상이 65세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는 구도심으로, 이런 마을에 지난 2000년 ‘얼굴 없는 천사’가 찾아 온 이후 마을은 점차 천사를 닮기 시작했다.
먼저, 노송동 일대 주민들은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고 그의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숫자 천사(1004)를 연상케 하는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하고, 불우이웃을 돕는 나눔과 봉사활동을 다채롭게 펼쳐왔다.
또한, 지난 2010년 1월에는 얼굴 없는 천사의 숨은 뜻을 기리고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노송동 주민센터 화단에 ‘당신은 어둠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얼굴 없는 천사의 비’를 세우기도 했다.

○기부문화 확산하는 ‘천사길 사람들’

마을 가꾸기 사업을 추진해 오던 주민들은 자치와 경제적 자립적이 바탕이 된 마을 자립을 고민하기 시작, 2015년 전주형 공동체 사업인 온누리 공동체 ‘천사길 사람들’을 구성했다.

이 공동체는 이후 노송동 천사의 거리를 알리고 주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자리와 수익 창출 사업을 바탕으로 마을 환경개선과 소외계층 후원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천사길 사람들은 이러한 공동체 활성화를 인정받아 2017년 공동체 한마당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상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마을 주민들은 집 담장부터 페인트를 칠하고 이웃집과 함께 마음을 공유하면서 사람들이 마을 공방으로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현재는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참여하여 마을을 함께 끌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노송동 주민들은 마을 총회를 통해 전봇대에 천사 디자인을 입히는 ‘천사가 내려앉은 노송동 전봇대’를 포함한 16개 마을의제를 심의하고 마을 계획을 확정했다.

또한 다가올 2018년에는 아중로에서 전주제일고 정문에 이르는 260m 구간의 천사마을 인도가 개설될 예정으로, 천사마을 주민들의 안전 물론이고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특색 있는 탐방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돕기 사용

'얼굴 없는 천사'가 지난해까지 17년 동안 노송동 주민센터 옆에 놓고 간 돈은 총 4억9785만9500원이다. 이 돈은 그동안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현금이나 현물로 지원됐다.

'천사'가 이번에 놓고 간 돈은 6027만9210원. 18년 동안 어려운 이웃을 위해 총 5억5813만8710원을 놓고 간 것이다.

시는 '천사'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2009년 12월 기념비를 세운데 이어 현재 이 일대 도로를 '천사길'로 조성하고 있으며, 노송동 주민들은 10월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해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돈은 공동모금회를 통해 설과 추석 명절 때 노송동 관내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트위터로 보내기